사람과 동물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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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의 먹이를 바라보았다.
붉지 않았으나 붉은색이 된 교복, 아름다움을 쫒았을 그러나 더이상 제 역할을 할 수 없는, 원망과 공포를 가득 담고있는 눈, 뜨겁게 자라던, 지금은 싸늘하게 식어가는 몸,
그 몸에 피어나듯 박혀있는 식칼.

식칼을 뽑으며 생각한다. '군용 나이프를 사용하든 일본도를 사용했든 나에겐 식칼... 어떤 용도로 쓰이는 칼을 써도 식칼이 될 뿐이다, 말 그대로 먹기위해 재료를 손질하려 사용했으니까'

재료를 부엌으로 옮기며 내 생각에 웃음이 나온다. '왜 웃은거지? 즐거워서? 아냐, 즐겁고 싶어서? 왜 즐겁고 싶지? 그야 즐겁지 않으니까, 무엇이? 이 상황이... 그제서야 웃음의 이유를 알듯하다, 아마 자조에 가까운 웃음인듯 하다.'

식재료를 손질하며 생각을 이어간다. '내가 왜 날 비웃은 걸까... 오늘 같은 일이 햇수로 23년 횟수로는 12번이다, 웃음은 9번째 부터였고 오늘에야 그것이 비웃음임을 안다'

요리를 시작하고 생각에 매달린다. '왜 슬프고 왜 비웃음일까? 생명을 죽여서? 아냐, 먹어야 산다... 모든 인간은 다른 생명을 먹어 자신을 유지한다. 그렇다면 채식주의자는? 단 하나의 생명도 먹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식물은 생명이 아닐까?'

완성된 요리를 먹으며 매달린 생각에 매달린다. '그렇다면 채식주의자들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음식을 먹으며 슬퍼하고, 자신을 비웃을까? 아니다. 난 무엇을 놓치고 있는것일까? 음.. 처음을 생각해보자.'

뒷정리를 끝내고 침대에 누워 과거를 돌아본다. '무엇의 처음? 처음으로 남들과 다른 음식을 먹으며 살때? 그 계기가 된 일? 나의 처음? 너무 멀다, 계기로 하자'



자신만은 남들과 다를거라는, 특별할거라는, 별로 특별할것 없이 누구나 다 하는 생각속에 살아가고있는 27세 진오가 있다.

간신히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했으나 잦은 야근, 위계질서, 인간관계, 존재 한다고 믿기 힘든 나만의 시간 등의 이유로 진오는 회사생활이 자신과 맞지않는다고 판단해버린다. 마지막이 가장 큰 이유 였을 것이다. 당시 사직서를 작성하며 진오가 했던 생각이 '먹고 살기만 하면, 먹고 살 수만 있다면 인간인가?' 였으니...

하여 시작한 2년간의 공시생활 중 1년만에 진오는 느낀다. '나는 남들과 다르지 않아, 특별하지 않아, 지금을 살아가는 무수한 사람들 중 하나일뿐...' 느낀것이 빠른지 늦은지는 중요하지 않다. 남들보다 특별하지 않다는 믿음으로 노력이 추가된 1년의 시간이 진오에게 새 직장을 주었고 진오에게 중요한것은 그뿐이었다.

자신은 남들과 다르지 않다는, 특별하지 않다는, 사람들이 나이를 더해가고 세상에 부서지며 느끼는, 그 나이대에 특별할것 없는 생각속에 30세 진오가 있다.

정시출근 정시퇴근, 술약속이 없다면 집으로 달려가 저녁먹고 TV를 보던가 게임을 한다.
어릴적 꿈은 작가, 공시에 합격하고 처음 얼마간은 퇴근하고 글을 써보았다. 글쓰기를 제대로 배워본적도 없고, 먹고살기 위해 선택한 대학시절 전공도 글쓰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진오 자신조차 자신이 쓴 글을 읽으며 재미가 없다. 글을 읽고 생각한다 '꿈과 현실은 다르니까' 라는 편리하고 현실에 맞고 남들과 다르지 않은 쉬운 핑계속에 퇴근 후 글쓰기는 어느새 TV와 게임으로 변한다.
'나는 남들과 다르지 않다.' 꿈많은 시절엔 상처가 됐을 말이 지금은 그렇게 편하고 안정감이 든다.
진오는 남들과 다르지 않다.

31세 진오는 남들과 다르지 않다 삶의 모양이 조금 달라졌을뿐.

"예? 말기요..?"

진오의 목소리엔 황당함이 담겨있다. 속으로는 농담이겠거니 웃으며 넘길 준비도 조금 있는듯 하다.
사람의 마음속에 몇명이 살고있을까? 한명은 아닌듯 하다. 왜냐고? 가벼운 농담쯤으로 상황을 웃어넘기고 싶어하는 꿈꾸는 듯한 진오와 의사와 환자의 관계에서 이딴 농담이 가능하겠냐 묻는 현실을 인지하는 진오가 있으니까. 현실에서 저런 농담을 한다면 의사는 미친놈이 분명하다. 그리고 그 순간 진오는 한명의 미친놈을 간절히 원한다. '나는 남들과 다르니까 그러니까 내 앞의 의사는 보기드문 미친놈 일지도 몰라, 아님 방금 미쳤거나' 얼마나 간절했던지 진작에 버린 어린시절 생각이 불쑥 고개를 쳐든다.

꿈과 현실은 다르다. 그리고 보통 현실은 꿈을 박살낸다. 압승이라 할 수 있겠다.

"말씀드리기 죄송하지만 반대편 폐에도 이미 전이가 되어서 손을 쓸 방법이 없습니다..."

진오의 생각을 박살내듯 의사가 말을 뱉는다. 말이라기 보단 사형선고가 적당 할 듯 싶다. 사실상 사형제도가 폐지된 나라지만 진오는 사형선고를 들었다. 형집행은 6개월쯤 남았단다.

병원을 나오면서 진오는 꿈을 찾는다, 꿈이기를 바라고있다.
현실을 지워버릴, 현실을 꼼짝도 못하게 할 그런 꿈이 필요하다.
현재 시각 오후 3시 꿈을 찾기엔 너무 이른시간이다.

주변을 돌아본다 온통 환자복을 입은 환자들이다. 진오는? 환자복을 입지 않았을뿐 환자다. 사형수아니냐고?
병원이니 사형수보단 환자가 좋겠다.

"하아...X발..."

보아라, 또 현실이 이겼다. 이긴 현실을 직시한 진오가 한숨과 욕을 내 뱉는다.

"X발 X발! 니X럴!! 대체 왜 나야!!! 대체 수많은 사람들 중에 왜 나야!!!"

다시말하지만 진오는 특별하지 않다. 죽음을 선고받은 환자는 진오뿐이 아니다. 투정이다.
심지어 누구나 죽음을 향해 하루하루 걸어가고 있다. 진오는? 음.. 뭐 빠른속도로 달려간다 생각하자.
고된 회사생활과 깜깜한 고시생활 동안 하루 한 갑은 너끈히 피우던 담배이다. 제발로 달려간 것이니 누굴 탓할까.

진오는 병원을 나와 집으로 걸어가면서 생각한다.
'곧 죽을거라면 하고싶었던 일들을 하자, 원없이 죽게 다 해버리자'
암만 생각해도 하고 싶은일이 떠오르지 않는다. 끽해야 TV보고 게임하던게 인생의 낙이었고 만족했던 진오다. 욕심없이 살았다 할 수도 있겠다. 1년을 조금 넘게 일해 모아둔 돈이 천만원 조금 넘는다.
남은 인생 생활비로 쓰면 남는것도 없다. 부모님께 알려야하나..? 친구들은..? 일을 먼저 그만둬야 할까..?
머리가 복잡하다. 그래도 다리는 터벅터벅 걸어간다. 어디로 걷는것인가? 집을 향해? 죽음을 향해?
고개 숙여 걸어가는 진오의 앞에 그림자가 진다. 뒤늦게 현실을 인지하여 부딪칠뻔했다. 앞을 보니 인상 좋아보이는 노인이 웃으며 진오를 보고있다.

"아.. 죄송합니다"

사과를 하고 피하려는 진오의 어깨로 노인의 손이 올라온다.

"이보게 잠시만 이야기 좀 나눌 수 있을까? 내 자네를 도와 줄 수 있을것 같은데..."

노인의 말에 진오의 얼굴에 짜증이 치솟는다. '하아.. 포교활동인가..? 다음말은 얼굴에 근심이 가득해서? 당연하지! 근심 뿐이겠어? 근심말고 내 짜증과 분노는 노인네 눈에 안보이나? 하긴 눈이 침침해질 나이시겠지!' 욕을 퍼부어주려던 진오보다 먼저 노인이 말을 잇는다.

"내가 6개월 이상 살 수 있는 방법을 알고있는데... 도움이 될듯한데 들어볼텐가?"

막 욕을하려던 진오의 입이 6개월 소리를 듣자마자 멈추었다. '6개월? 어떻게 알고있는거지...? 의사와
아는사이? 짜고 치는건가? 사기? 아냐 모아둔 돈이래야 천만원이 고작... 들어나 보자 욕은 이후에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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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하니까' TV를 자주보던 진오다. 마치 드라마나 영화에 나올법한 상황이었고 박살난줄 알았던 꿈이 또 다시 힘을모아 고개를 쳐든다 '나는 남들과 달라 특별해. 이 노인은 평범한 사람이 아닐거야. 나는 살 수 있어. 남들과 달리!' 진오는 노인의 이야기를 들었고, 특별해졌다.
꿈과 현실은 다르다. 보통 현실은 꿈을 박살낸다. 다르게 말해보자. 아주 가끔은 꿈이 현실을 박살낸다.
어찌됐든 둘중 하나는 박살난다. 어찌됐든 둘다 조진오다.

노인의 말은 간단했다. 간단한 만큼 이해도 쉬웠고 믿기는 힘들었다. 보통 꿈이 그렇듯.

"자네 수명이 6개월 남은걸 나는 알 수 있고 해결 방법도 알려 줄 수 있어"

노인들의 말이 달콤하게 들리긴 처음이었다. 동시에 의심스럽게도 들렸다. 그러나 진오는 꿈을 꾸고있었고
꿈에게 의심은 그다지 필요하지 않았다. 진오에게 노인은 천사같았다. 진오는 다급하게 물었다.

"방법이 무엇이죠?"

"간단하네 자네가 죽인 사람을 먹어, 그러면 자네는 2년을 더 살 수있어 물론 횟수제한은 없어 자네가 원하는 만큼 살 수 있지"

"...?"

"내 말을 믿을지 안믿을지는 자네 마음이야, 어차피 남은생이 별로 없지 않은가 밑져야 본전이지"

"아니.. 그 말이 사실이라해도 어떻게 사람을...!"

"허허허... 지금 그게 중요한가? 윤리와 도덕을 이야기하는건가? 그것들도 산사람에게 필요한것이 아닌가? 죽은사람에게는 필요없는것이고, 죽을사람에게 필요한것은 내가 살지 죽을지 그뿐 아닌가."

노인은 이어서 말했다.

"나는 방법을 알려줬고 선택은 자네에게 달려있지. 자네 목숨도. 중요한것은 그것 아닌가?"

진오는 말을 마치고 걸어가는 노인을 잡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머리가 터질정도로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자기 목숨에 대해. 이미 말을 마친 노인을 잡는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건 진오 자신의 목숨이다.

첫 살인은 노인과 만난지 3개월 뒤, 직장을 그만두고 먹고싶었던 음식을 먹고 하루종일 TV와 게임을하던, 미칠듯한 고통이 찾아와서 차라리 죽고싶다는 생각이 들때. '차라리 죽자' 마음을 먹었을 때 즈음이었다.
자살의 용기보다 살인 할 용기는 더 쉽게 생겼고 노인의 말이 거짓일지라도 노인의 말대로 밑져야 본전이었다. 진오는 살고 싶었다.

살해 대상은 근처 노숙자, 짐 옮기는것을 도와주면 돈을 준다는 말에 두번의 고민도 없이 동의한다.
가구를 내다버려야 한다는 말로 집에 들인 노숙자의 뒷통수를 현관옆에 준비해둔 야구방망이로 온 힘을 다해 내리쳤다. 노숙자가 쓰러지고 당황한 진오의 눈동자가 떨린다. 눈동자 만큼이나 손이 덜덜 떨리고있다.
노숙자의 뒷통수가 크게 내려 앉은걸로 봐선 노숙자가 다시 일어설 가능성은 없어보였지만, 당황한 진오의 눈엔 금방이라도 노숙자가 다시 일어날듯 보였다. 진오의 눈동자의 떨림이 사라지고 단호해진다. 손에 들고있는 야구방망이를 단호하게 잡은 진오는 노숙자의 뒤통수를 5번을 더 내리치고야 멈춘다.
바닥은 이미 피범벅이다. 진오의 꼴 또한 바닥과 별다를바 없지만 노숙자의 꼴에 비교 할 수가 없다.
머리가 달렸을 자리에는 뇌수와 피에 축축하게 젖은 3조각으로 나눠진, 머리카락이 달린 고기덩어리 뿐이다.

진오는 노숙자였던것을 서둘러 화장실로 옮기고 현관앞을 청소한다. 옷을 벗기고 다리를 밧줄로 묶어 거꾸로 매달아 둔다. 엄청난 악취에 코가 찌푸려진다. 아무래도 노숙자를 씻어야겠다 생각한 진오는 물을 뿌리고 비누칠을 한다. 악취가 어느정도 빠지고 준비해둔 톱을 이용해 해체를 시작한다. 해체하면서 주저앉기를 3번 손에 힘이빠져 톱을 놓기를 5번이다. '대체 내가 무슨짓을 하고있는거지...? 이렇게 살아야하나? 이렇게 사는게 맞나? 아니 이렇게 하면 사는것은 맞나?' 살인의 순간 불덩이 같던 몸이 차갑게 식는다. 쿵쾅대던 심장이 다시 원래 템포로 돌아가고 머리가 차가워지며 자신이 뭘하고있는지 고민하던 진오에게 타이밍 좋게 고통이 찾아온다. 심장이 고통에의해 다시 무리하기 시작하고 진오는 가슴을 부여잡고 쓰러진다.
짧지않은, 한명에게는 영겁같이 길었을 고통이 끝나고 바닥에 누워 헐떡이던 진오는 이번엔 한순간도 주저하지 않고 해체를 마무리한다. '노인네 말이 맞다 도덕과 윤리도 산사람에게 필요한거다. 중요한건 내 목숨이다. 당장 내 눈앞에 죽음이 있는데 뭐가 중요하냐 진오야? 봐라 노인네 말이 죄다 맞다. 필시 보통사람이 아니다. 천사가 맞다. 믿자. 믿자.' 마음을 다잡은 진오는 그나마 먹기 쉬워보이는 다리를 썰기 시작한다. 육식동물은 누린내가 많이 난다는 소리를 어디선가 들은 진오는 소주에 삼십분정도 담가둔 다리를 불판에 굽기 시작한다. '냄새가 걱정이다. 후추를 많이 뿌리고 바싹 익히자.'
바짝익힌 다리고기를 먹어본 진오는 사람을 먹는다는 역한 생각보다 맛에 많이 놀랐다. '사람에겐 사람고기가 가장 맛있다더니 정말이구나!' 생전 처음 먹어보는 사람 고기 맛에 취해 그날 진오는 노숙자의 왼쪽 다리를 다 먹어 치웠다. 진오의 첫 살인의 날이었다.

첫 살인 이후 진오는 통증에서 벗어났다. 몸과 마음 모두 다.
진오에게 이제 사람은 맛좋은 고기일 뿐. 아니 살기위해서라도 먹어야하는 맛 좋은 약정도...?
사람과 사람, 사람과 진오, 관계가 달라졌다.
이제 진오는 남들과 달라졌다. 특별하다.

남들과 다른, 특별한 진오의 나이 48세 9번째 살인 때
보통 진오는 먹이를 노숙자로 잡는다. 갑자기 사라져도 누가 신고하지도 않고 집으로 들이기도 간단하다.
운 좋게 여성을 잡아 먹어본적도 있었다. 고기 냄새도 덜나고 해체도 쉽고 맛도 좋았으나, 역시 사냥이 힘들다. 잡힐 위험도 있고 잡기도 힘드니 노숙자가 좋다.
9번째 먹이는 노숙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니였다. 진오의 입장에선 특식 이라 부를 수 있겠다.
7살 아이였으니. 길을 잃은 듯한 아이였고 2년이 슬슬 채워지던때. 진오 입장에선 죽음이 가까워 오는데 하늘이 준 선물이었고, 아이 입장에서 진오는 하늘이 내린 벌이었겠지.
7살 아이를 죽이고 해체하고 먹는것은 그동안 해왔던 일에 비하면 식은 죽 먹기었고. 그 식은죽이 진오를 조금씩 변하게했다.
해체하고 먹으며 보고 느끼는 아이의 작은몸이 조금씩 진호에게 자신의 먹이를 생각하게했다.
무엇이 될지 모르는 아이였다. 흉악한 범죄자가 될지, 어쩌면 나라를 좋게 바꿀 큰 사람이 될지.
먹이로 생각하던것들은 스스로가 생각할 수 있다. '무엇을? 동물도 생각은 한다. 동물이랑은 다르다. 대체 뭐가? 나와 같은생각, 같지만 다른생각들. 대체 인간과 동물은 무엇이 다르지?'







여기까지 생각한 진오는 침대에서 일어난다. 일어나 앉는다.
생각한다.
'나는 살고있나? 살아만 있는것 아닌가? 삶에 무엇이 더 필요한가? 내가 동물이랑 다른게 무엇이냐? 인간으로서 살고있니 진오야?'

천장에 밧줄이 보인다. 언제 준비한것일까? 아마 준비는 9번째 매듭은 10번째. 일어난다.
계속 생각한다.
'인간으로 사는게 무엇이냐? 대체 인간과 동물이 무엇이 다르냐. 똑같이 먹는다. 동물들끼리 먹고 사람이 동물을 먹는다. 나도 같다. 나도 동물을 먹는다. 사람을 먹는다. 다르다고?'

너무 멀다 의자를 준비해야겠다. 의자를 준비하고 올라선다.
계속 계속 생각한다.
'똑같은 먹이일 뿐이다. 먹지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 사람이 동물을 먹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
나도 사람을 먹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 무엇이 다르냐? 또 같은 문제이다. 사람과 동물은 무엇이 다르냐?'

밧줄을 손에 쥔다. 타이를 매듯 목에 걸어본다. 조금 헐렁하다.
계속 계속 계속 생각해보자.
'음.. 우선 도구를 사용하지. 이 밧줄같은.
스스로 내 생을 끝낼 수도 있지. 지금같은'
'왜 끝내려하지?'

헐렁한게 조금 조이는게 좋겠다. 의자를 발로 찬다. 딱맞는다.
숨이조여온다. 마지막 생각일듯 하다.
'사람으로 죽고 싶으니까. 사람으로 살고 싶으니까.'

알았다. 천사가 아니다. 노인의 말을 들은 순간부터, 사람을 죽이고 목구멍으로 넘긴 순간부터.
나는 죽었다. 사람이 죽었다. 조진오는 죽었다. 동물과 다를바 없는 삶을 늘려갔을 뿐이다. 사람으로 살고싶다. 점점 어두워진다. 사람처럼 죽고싶다. 존엄하게 죽고싶다.

매달린 그의 얼굴에 미소가 걸려있는듯 하다.
사람이 죽은것인가? 조진오가 죽은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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